문어의 다리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세계에서 문어를 식용으로 먹지 않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놀랍겠지만, 정답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이다.

문어를 식용으로 먹는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정도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서양에서는 문어, 낙지류를 아주 흉물스럽게 생각해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생낙지를 뜯는 장면에
소리를 지르고 기절하는 여자 관객이 있었을 정도다.

문어는 한자로는 팔초어(八梢魚) 혹은 팔대어 (八帶魚) 라고도 쓰며,
생물학적으로는 낙지과에 속하는 연체 동물이다.

문어는 바다의 현자라고 불릴 만큼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의 지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없어 정확히는 몰라도
개나 고양이 정도의 지능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색 변화를 이용한 위장 능력은 상당한 편이다.

문어가 색 변화를 통해 숨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자.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의 위장 능력이 아닐까?
이 정도면 카멜레온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보통의 문어는 새우나 조개 등을 잡아먹고 살아가는데,
대형 문어의 경우에는 무려 상어(!)를 잡아먹기도 한다.

실제로 한 대형 수족관에서는 상어와 대형 문어를 집어넣은 적이 있었는데,
상어가 육식 어종이긴 하지만 문어는 위장 능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문어가 잡아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넣었다가 되려 상어를 잡아먹어
문어를 무시했던 수족관 관계자를 당황하게 만든 일화가 있다.

문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었지만,
수족관 측에서 밤을 기다려 야간 카메라로 관찰해 봤더니
지나가는 상어들을 문어가 빨판과 다리를 통해 붙잡아서
허리를 부러뜨려버리는 엄청난 모습이 관찰된 것이었다.

서양에서 문어를 먹지 않는 것은 문어의 공격적 모습들을 자주 봐 왔기 때문에
문어를 바다에 사는 위험하고도 흉칙한 괴수로 여겨서일지도 모른다.



문어는 하나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다리에도 사고하는 기능이 있다.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바다 속에서 헤엄치거나 먹이를 잡을 때처럼
크게 움직여야하는 동작은 문어의 뇌가 전체적으로 명령을 내리지만,
각각을 뻗고 구부리는 등의 세분화된 동작은 다리가 알아서 한다고 한다.

뇌의 명령 없이도 움직이기 때문에, 도망도 잘 간다.
문어에는 오징어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타우린이 들어있고,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으면서 피를 맑게하는 작용이 있어
산후조리에도 좋은 훌륭한 보양식으로서 가치가 높다.

문어에 관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기록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 > 을 보자.


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초기, 세종14년 (1432년)에 편찬된 지리서인데,
기록에 따르면 문어는 전국 곳곳 경상도 / 전라도 / 강원도 / 함경도 등의
무려 37고을에서 토산물로 문어를 바쳤음이 기록 되어 있다.

조선 초기 이전에도 문어가 동해와 남해에서 잡혔음은 물론,
오래 전부터 우리가 문어를 먹어 왔음을 알려주는 기록들이 많다.

다음은 <전어지 佃漁志 > 를 살펴보자.


전어지에는 단지를 던져서 문어를 잡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전어지에 적혀 있는 서술에 의하면, 보통 문어를 잡을 때는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 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단지의 크기와 관계없이, 한 마리가 단지 하나에 들어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어는 호기심이 많으며 구석진 곳에 박혀 있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단지에 갇힌 문어는 자기 살을 뜯어 먹으면서 길게는 반년 정도까지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제 살을 먹으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을 두고 문어방 文魚房 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 규합총서 閨閤叢書 > 에서는 문어의 음식으로써의 효능이 잘 드러나 있다.


규합총서는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쓴 책이며,
당시의 요리 및 가정 생활 등에 관한 정보가 총망라된 명저이다.
빙허각 이씨는 여기서 문어에 관해 이렇게 저술하고 있다.

'문어는 돼지고기처럼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 / 배 / 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의 머리를 푹 고아 먹으면 곧 낫는다'

수백년 전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기준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조상들도 문어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으며
식품으로서 널리 즐겨 먹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제사나 혼례 등 중요한 자리,
혹은 왕의 수랏상에 올릴 정도로 귀한 식재료 대접을 받았다.

말린 문어는 공들여 오려서 국화, 소나무, 매화, 봉황 등으로 모양을 내어
상차림 장식으로도 활용해 왔고, 최근에도 폐백 음식 등으로 종종 쓰이는데
이것을 문어조(文魚條), 혹은 문어오림이라고 한다.

현대 의학 및 영양학적으로 분석해 봐도, 문어는 몸에 좋은 음식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위에서도 말한 바 있듯 단백질이 풍부하며,
당질 및 지방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망막의 기능을 증진하여 시력 감퇴를 예방하는 작용이 있으며
혈액 중의 중성 지질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간 해독작용을 해 주기 때문에 피로 회복에도 탁월하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당뇨병 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하며,
비타민 E와 나이아신은 노화를 억제하고 세포를 활성화시켜주는 데 좋은 역할을 한다.


오메가3 지방산으로 알려진 DHA 와 EPA 또한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과 빈혈 치료에 효과 또한 있다.

오징어 먹물은 치질과 여성의 생리 불순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까지 하니,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단 하나도 버릴 곳이 없는 최고의 보양식이 아닐까 한다.

문어는 겨울이 제철이다. 여름이 끝나고서
점점 쌀쌀해져 가는 지금, 문어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문어, 겨울이야말로 문어를 먹기에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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